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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14 10: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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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도권 23만 호 공급, 강원은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 공급의 속도보다 ‘수요·입지·정착’의 정확성이 중요하다.




류종현 |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객원교수·한국지역경제학회장




주택 공급, 발표된 숫자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가 핵심

정부의 8·13 주택대책에서 눈여겨볼 숫자는 ‘23만 호+α’만이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부분은 공공택지 발표에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 수준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의 본질은 공급 계획을 얼마나 많이 발표했느냐보다, 계획을 실제 착공으로 얼마나 빨리 옮길 수 있느냐에 있다.


다만 주택정책의 숫자는 세 번 걸러서 볼 필요가 있다. 발표된 '계획물량', 실제 공사가 시작된 '​착공물량', 그리고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입주물량'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23만 호 공급 대책 역시 2029년이나 2030년에 착공하는 물량이 당장의 전월세 불안을 곧바로 해소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호를 발표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언제 착공하고, 언제 실제 입주할 수 있는가”이다.


물론 공급 확대는 시장 안정의 훌륭한 필요조건이다. 향후 공급이 충분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추격 매수와 가격 상승 기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금리와 대출, 전세 시장, 가구 소득, 지역별 수요 등 여러 변수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 역시 마찬가지다. 싼 땅이 반드시 싼 주택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기반 시설 확충과 장거리 통근 등 총사회적 비용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






수도권은 '절대 부족', 강원은 '공간적 미스매치'

이 대목에서 강원의 해법은 수도권과 확연히 달라야 한다. 수도권의 핵심 문제가 '좋은 입지의 주택 부족'이라면, 강원의 주택 문제는 훨씬 복합적이다. 강원은 단일한 주택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춘천·원주·강릉 등의 성장 생활권에서는 신축과 역세권, 직주근접 주택 수요가 뚜렷하다. 반면 산업·관광·군사 거점에는 근로자와 청년, 군인 가족 등 특수한 수요가 존재한다. 게다가 상당수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주택 자체의 부족보다는 빈집과 노후 주택의 증가, 생활 서비스 부족이 더 큰 문제로 대두된다.


한마디로 수도권의 문제는 '집이 부족한 것'이지만, 강원의 문제는 '집과 사람이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것'​이다. 청년이 원하는 주택은 일자리와 멀리 떨어져 있고 빈집은 늘어나는데, 정작 산업단지나 대학·병원·역세권 인근에는 적합한 주택이 부족한 '미스매치'가 존재한다.


강원형 해법 1: ‘수요검증형 신속 공급’과 ‘기존 주택 재생’

따라서 강원도에는 수도권식의 맹목적인 신속 공급보다 ‘수요검증형 신속 공급’​이 절실하다.


실제 청년·신혼부부·근로자의 대기 수요가 있는지, 산업단지·대학·병원·철도역과 얼마나 가까운지, 주변에 활용 가능한 빈집과 공실은 얼마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곳을 먼저 찾고, 필요한 곳에 빨리 짓는 것​이 강원형 신속 공급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새로 짓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외곽에 신규 택지를 조성하기보다, 빈집이나 기존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노후 공동주택을 정비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경제적이다. 즉, 강원의 상당수 지역에서는 ‘새로 짓는 정책’보다 ‘이미 있는 집을 다시 쓰는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신규 공급과 기존 주택 재생, 빈집 활용을 하나의 유기적인 주택정책으로 묶어야 한다.


강원형 해법 2: '공급량' 중심에서 '정착률' 중심으로

강원도가 추진하는 '공공임대주택 1만 호' 사업도 마찬가지다. 정책의 목표를 단순한 ‘1만 호 공급’에서 ‘청년과 가족 1만 가구 정착’​으로 전환해야 한다. 주택을 일자리·교통·교육·돌봄·자산 형성과 촘촘히 연결하고, 정책의 성과 역시 공급 호수가 아닌 '입주율'과 '지역 취업률', 나아가 '5년 정착률'로 평가해야 한다.


국가 주택정책 역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같은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이 공급의 속도로 주거 문제를 풀어간다면, 강원은 비수도권의 특성에 맞게 주택과 일자리·산업·대학·교통을 얼마나 잘 연결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8·13 대책에서 강원도가 배워야 할 점은 '23만 호'라는 숫자가 아니라, 계획을 실행으로 유연하게 바꾸는 속도와 책임성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집을 짓고, 이미 있는 집은 다시 살리며, 그 집에 사람이 오래 머물게 하는 것. 주택 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급량의 경쟁에서 수요·입지·정착률의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수도권 23만 호 공급 시대에 진정으로 필요한 강원형 주택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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