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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8-18 10: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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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애 (강릉시 주재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폐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대학가 청년들에게 단기 제공하자는 이른바 ‘버스하우스’ 구상을 제안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이 일자 황 의원은 "청년들의 현실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하고, 실질적인 주거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저소득층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아이디어였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해프닝은 우리 사회가 청년 주거 문제를 얼마나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주거는 과연 ‘잠만 자는 공간’인가.


집은 단순히 밤에 눈을 붙이는 장소가 아니다. 먹고, 씻고, 쉬고, 일하며 사람을 만나 삶을 이어가는 일상의 토대다. 따라서 청년 주거 정책의 핵심은 ‘얼마나 저렴하게 잠자리를 제공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이들이 지속 가능한 삶을 꾸려갈 수 있게 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폐버스를 개조한 삶을 상상해 보라.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한파, 환기와 방음은 물론 화재 안전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더 큰 문제는 입지다. 대도시는 당장 버스를 세워둘 토지와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도심 외곽으로 밀려난다면 청년들은 직장과 학교, 대중교통 등 필수적인 생활 인프라를 포기해야만 한다.


비용의 효율성도 따져봐야 한다. 황 의원이 제시한 버스 한 대당 리모델링 비용은 5천만 원이다. 만약 이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높은 보증금이나 월세를 요구한다면, 이는 결코 청년 주거 정책이라 부를 수 없다. 공공의 재원은 새로운 조형물을 만드는 데 쓰일 것이 아니라, 기존 공간에 진입하려는 청년들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추는 데 투입되어야 마땅하다.






2026년 3월 기준, 서울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천만 원 기준 71만 원에 달한다. 매달 70만 원이 넘는 월세를 감당하며 수천만 원의 보증금까지 쥐어짜야 하는 것이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이다. 5천만 원으로 폐버스를 고칠 것이 아니라, 그 예산이 청년 한 사람의 보증금 장벽을 얼마나 허물어줄 수 있는지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야 한다.


정책의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새로운 형태의 ‘임시 거처’를 실험하는 대신, 멀쩡한 주거 공간에 청년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것이다.


서울시가 올해 확대 시행한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제도가 좋은 사례다. 입주자가 원하는 민간 주택을 고르면 전월세 보증금의 일정 비율(최대 40~50%)을 무이자로 지원해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준다. 지방의 상황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이 높은 주거비로 신음할 때, 지방은 인구 감소와 미분양, 빈집 문제로 앓고 있다.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나 도심 내 노후 주택, 장기 공실을 청년 주거망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다.






부동산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집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좁은 방에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옮겨가며 인생의 뼈대를 세운다. 청년이 처음 갖는 집 역시 언젠가 가정을 꾸리고 미래를 도모하는 단단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영화 속 보트하우스나 캠핑카의 삶은 자유롭고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 속 청년들에게 주거는 영화의 한 장면이 될 수 없다. 강릉에서 서울 버스를 보고, 부산에서 대전 버스를 보는 것을 낭만이라 착각하는 실험적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황 의원의 사과를 계기로 오히려 더 깊고 현실적인 논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머물다 쫓기듯 떠나는 공간이 아니다.


주거는 낭만이 아니다.

주거는 청년의 현재이고, 미래이며, 삶의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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