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종현|강원대 객원교수·한국지역경제학회장·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대중교통전문위원회 위원
강원의 교통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KTX와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수도권과의 시간거리가 짧아졌고, 주요 철도망까지 확충되면 강원 주요 도시의 접근성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그동안 새로운 철도와 도로가 놓일 때마다 우리는 먼저 물었다. “서울까지 몇 분인가.” 이제는 그다음 질문이 더 중요하다.
강원에 도착한 사람은 그다음 30분 동안 어디로 가고, 무엇을 먹고 사고, 얼마나 머무는가.
역에 내렸지만 원도심이나 관광지까지 갈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고, 터미널과 전통시장·숙박시설이 따로 움직인다면 방문객은 오래 머물기 어렵다. 역이 생기고 고속도로가 뚫린다고 지역경제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쇼핑과 의료, 문화 소비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역류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교통호재의 진짜 가치는 역 주변 땅값이 얼마나 오르는가보다 그 접근성이 도시 전체의 상권·관광·산업·주거수요로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강원 30분 체류경제권’이다.
철도역·버스터미널·고속도로 IC 등 광역교통거점을 중심으로 약 30분 안에 원도심과 상권, 관광지, 숙박시설, 산업단지, 대학, 병원 등을 준광역 대중교통망으로 연결하는 구상이다. 외부에서 들어온 유동인구를 단순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체류와 소비, 재방문으로 전환하는 공간경제 전략이다.
여기서 ‘30분’은 획일적인 행정기준이 아니다. 강원에 도착한 사람이 “조금 더 가볼까”라고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동 범위를 의미한다. 도시·농촌·산악·접경지역 등 지역별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면 된다.

핵심은 강원형 준광역 대중교통망과 ‘Last 10㎞’다.
KTX와 고속버스가 사람을 강원으로 데려오는 동맥이라면 지역버스와 수요응답형교통(DRT), 택시, 관광셔틀은 사람과 소비를 지역 곳곳으로 전달하는 모세혈관이다. 광역교통만으로는 체류경제가 완성되지 않는다. 마지막 10㎞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Last 10㎞는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이동의 Last 10㎞**다. 역에서 원도심으로, 터미널에서 시장과 관광지로, IC에서 산업단지로 이어지는 마지막 이동을 연결해야 한다. 철도와 지역교통의 환승 대기시간도 줄여야 한다.
둘째는 **소비의 Last 10㎞**다. 사람을 지역으로 데려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음식과 전통시장, 관광, 문화, 숙박을 묶고 지역화폐와 할인, 체류상품 등을 연계해 이동을 실제 지역소비로 바꿔야 한다.
셋째는 **공간의 Last 10㎞**다. 역세권과 원도심, 신도심과 구도심, 관광지와 숙박시설, 산업단지와 배후상권이 서로 단절돼 있다면 교통투자의 효과는 특정 지점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역세권 개발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주택과 상업시설을 공급하는 개발사업을 넘어, 사람이 환승하고 머물고 소비한 뒤 도시 곳곳으로 이동하는 체류거점이 되어야 한다. 교통호재를 특정 역세권의 지가 상승으로 끝내서도 안 된다.
원도심의 빈 점포가 줄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매출이 늘며, 숙박·업무시설 수요가 증가하고 유휴공간이 다시 활용되는 데까지 효과가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 효과 역시 가격만으로 평가해서는 부족하다. 상가 공실률, 임대수요, 상권 매출, 공간 이용률이 실제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예컨대 춘천역 이용객이 원도심과 대학가, 관광권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원주역 방문객이 원도심·혁신도시·병원·기업거점까지 편리하게 연결된다면 역세권의 효과는 역 주변에 머물지 않고 도시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체류경제의 대상 역시 관광객만이 아니다.
기업 출장객과 대학·연구기관 방문자, 의료 이용자, 스포츠대회 참가자, 워케이션 이용자, 군인가족과 세컨드홈 이용자까지 모두 중요한 지역수요가 될 수 있다.
정책의 경로는 분명하다.
방문 → 체류 → 지역소비 → 재방문 → 관계 형성 → 생활인구
한 번 왔다 가는 사람이 두 번, 세 번 다시 찾기 시작하면 숙박·상업·업무·주거공간에 반복적인 수요가 생긴다. 이는 단기적인 가격 상승보다 지역 부동산의 이용가치와 공간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기반이 된다.
민선 9기에는 우선 3~5개 권역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대규모 SOC를 다시 만드는 것보다 이미 놓인 철도와 도로, 역과 터미널을 지역경제와 다시 연결하는 일이 먼저다.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관광객 수나 교통량만 세어서는 체류경제의 효과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목적지 접근시간은 얼마나 줄었는지, 방문객의 평균 체류시간은 얼마나 늘었는지, 1인당 소비액과 재방문율은 어떻게 변했는지, 원도심 매출과 상가 공실률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길은 이미 많이 놓였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그 길을 통해 들어온 사람이 어디에서 한 끼를 먹고, 어디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어느 시장과 골목을 다시 찾게 할 것인가이다.
강원의 다음 교통경쟁은 ‘서울에서 몇 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도착한 뒤 30분 안에 얼마나 많은 지역과 연결되고, 얼마나 오래 머물며, 얼마나 많은 소비가 강원에 남느냐가 더 중요하다.
광역교통망을 단순한 부동산 호재에 머물게 하지 않고 상권과 도시가치, 생활인구와 지역소득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강원 30분 체류경제권’이 지향해야 할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