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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9-15 09: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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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을 위한 상가 임대차 이야기④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무조건 나가야 할까?

소상공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계약갱신요구권

성두겸 | 20년 경력 공인중개사·부동산학 석사



한 자리에서 몇 년 동안 장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단골손님이 생기고 거래처가 만들어진다. 가게 이름과 위치도 하나의 자산이 된다. 인터넷 지도와 내비게이션에 상호가 등록되고, 주변 사람들은 “그 가게는 거기 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어느 날 임대인이 “이번 계약이 끝나면 가게를 비워 달라”고 한다면 어떨까.


임차인에게는 단순한 이사가 아니다. 새로운 점포를 찾아야 하고 시설비를 다시 들여야 한다. 단골손님의 동선이 바뀌고, 경우에 따라 매출까지 흔들릴 수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영업 기반을 한꺼번에 옮겨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일정한 요건 아래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없다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상가를 한번 계약하면 무조건 10년 동안 영업할 수 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임차인이 법이 정한 기간 안에 갱신을 요구해야 하고, 임대인에게 법에서 정한 갱신거절 사유가 없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거나, 임대인의 동의 없이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전대한 경우에는 갱신이 거절될 수 있다. 임차인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건물을 파손한 경우 등도 법이 정한 갱신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실무에서 의외로 자주 접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정작 임차인 자신이 계약 만료일을 정확히 모르는 경우다.


“아마 가을쯤일 겁니다.”


“2년 전에 계약했는데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습니다.”


수천만 원의 보증금과 시설비를 투자해 놓고도 계약서는 서랍 속에 넣어둔 채 잊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상가 임대차에서 계약기간은 단순한 날짜가 아니다. 앞으로 사업을 계속할지, 이전할지, 정리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계약 만료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이전이나 갱신을 고민하기 시작하면 선택지는 크게 줄어든다.


새 점포를 찾고 인테리어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권리금을 회수하려면 신규임차인을 물색하고 임대인과 협의할 시간도 필요하다. 반대로 계속 영업하려는 경우라면 임대료와 관리비 등 계약 조건을 미리 살펴보고 협의하는 편이 훨씬 안정적이다.


따라서 계약기간도 사업 일정의 하나로 관리해야 한다.


휴대전화 일정이나 달력에 계약 만료일을 기록해 두고, 적어도 6개월 전부터 향후 영업계획을 검토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계속 영업할 것인지,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인지, 권리금을 받고 양도할 것인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일과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계약 갱신을 원한다면 임대인에게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화로만 이야기하고 끝내기보다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처럼 나중에 의사표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임대료나 계약기간 등 새로운 조건을 합의했다면 그 내용 역시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묵시적으로 계약이 갱신되는 경우와 임차인이 명확하게 갱신을 요구하는 경우를 혼동해서도 안 된다. “예전처럼 계속 장사하고 있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계약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계약서와 임대인과 주고받은 내용을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임차인의 권리만 강조해서도 안 된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제대로 지키려면 임차인 역시 차임을 제때 지급하고, 목적물을 계약 내용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무단 전대처럼 스스로 분쟁의 원인을 만드는 일도 피해야 한다. 권리는 계약상 의무를 성실하게 지킬 때 더욱 단단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임대인도 마찬가지다. 상가를 매각하거나 재건축·철거 등의 계획이 있다면 계약기간과 관련 법적 요건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 단순히 건물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에게 언제든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예상하지 못한 분쟁이 생길 수 있다.


소상공인에게 영업장소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그곳에는 고객과 매출, 시간과 신뢰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결국 가게의 위치까지 사업의 일부가 된다.


법 조문을 모두 외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 가지는 반드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내 계약은 언제 끝나는가.

나는 언제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가.

갱신을 거절당할 만한 사유는 없는가.


내 권리를 지키는 첫걸음은 분쟁이 생긴 뒤에야 법을 찾아보는 것이 아니다. 평소 내 계약서를 제대로 알고, 계약 일정과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함께 관리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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