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을 위한 상가 임대차 이야기⑤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가 더 중요하다
권리금과 원상복구, 소상공인의 마지막 재산을 지켜라

성두겸 | 20년 경력 공인중개사·부동산학 석사
상가를 계약하러 온 임차인에게 “나중에 이 가게에서 나갈 때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나갈 일을 생각해야 하나요?”
하지만 상가 임대차는 들어갈 때부터 나갈 때를 생각해야 한다. 계약을 체결할 때보다 계약이 끝나는 과정에서 더 큰 비용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권리금과 원상복구 문제다.

소상공인이 한 자리에서 몇 년 동안 영업하면 가게에는 단순히 시설만 남는 것이 아니다. 단골고객과 거래처가 생기고 영업 노하우가 축적된다. 가게의 인지도와 그 위치에서 얻는 영업상의 이점도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다.
이처럼 영업을 통해 쌓인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는 권리금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일정한 요건 아래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하고 있다.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점은 법이 권리금 자체를 무조건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했는데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거나, 주변 상가의 차임과 보증금 등에 비추어 현저히 높은 조건을 요구해 사실상 계약 체결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경우에 권리금 회수기회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갱신거절 사유가 있는 경우 등 법에서 정한 예외가 있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계약과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따라서 권리금을 받고 영업을 넘길 생각이라면 계약 만료 직전에 서둘러 움직여서는 안 된다.
적어도 종료 6개월 전부터 계속 영업할 것인지,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인지, 신규임차인을 구해 영업을 양도할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 좋다. 신규임차인을 임대인에게 소개한 날짜와 제시한 조건, 임대인의 답변 등도 문자메시지나 서면으로 남겨두면 나중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권리금 못지않게 분쟁이 많은 것이 원상복구다.
상가 임대차계약서에는 흔히 “계약 종료 시 임차인은 목적물을 원상복구하여 인도한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원상’이 도대체 어떤 상태인지를 두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임차인이 처음 점포를 넘겨받았을 당시의 상태인지,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까지 철거해야 하는지, 임대인이 요구하는 범위까지 모두 되돌려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면 철거 범위와 비용도 크게 달라진다.
실제 원상회복의무의 범위는 계약 내용과 체결 경위, 임대 당시 점포 상태, 임차인이 변경하거나 설치한 시설 등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음식점이라면 주방과 배기시설, 바닥과 천장, 간판, 전기시설, 냉난방기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철거 범위가 넓어지면 예상하지 못했던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원상복구는 나갈 때 처음 협의할 일이 아니다. 들어올 때부터 기준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계약 당시 점포 상태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두고 기존 시설 가운데 무엇이 임대인 소유인지,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것인지, 새 임차인이 그대로 인수하기로 한 시설인지 구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계약서 특약에 철거해야 할 시설과 그대로 두기로 한 시설을 구체적으로 적어두는 것이 좋다. “원상복구한다”는 한 줄보다 “무엇을 철거하고 무엇을 남긴다”는 기록이 훨씬 명확하다.
보증금 반환과 점포 인도의 순서도 계약이 끝나기 전에 점검해야 한다.
미납 차임이나 관리비, 원상복구 비용 등 정산할 항목이 있다면 미리 확인하고 점포를 비우는 날짜와 열쇠 인도 시점, 보증금 반환 방법 등을 임대인과 협의하는 것이 좋다.
특히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점포를 먼저 인도하거나 사업자등록을 정리하는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상가 임대차에서 점포의 인도와 사업자등록은 임차인의 법적 보호와 관련된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임대차가 종료됐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에는 임차권등기명령과 같은 보호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법률관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점포를 완전히 넘겨주기 전에 자신의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 연재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것은 결국 한 가지다.
상가 임대차는 단순히 공간을 빌리고 월세를 내는 계약이 아니다. 계약할 때는 보증금과 영업 가능성을 살펴야 하고, 영업 중에는 차임과 계약기간을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나갈 때는 권리금과 원상복구, 보증금 반환까지 챙겨야 한다.
가게 안에는 돈만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소상공인이 쏟아온 시간과 노동이 있다. 가족의 생계가 있고, 오랫동안 찾아준 고객의 신뢰가 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영업의 가치도 함께 들어 있다.
분쟁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은 분쟁이 생길 가능성을 처음부터 줄이는 것이다.
중요한 약속은 말로만 끝내지 말아야 한다. 점포 상태는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시설 인수와 철거 범위는 계약서에 적고, 신규임차인과 관련한 협의 과정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좋은 상권은 손님을 불러올 수 있다. 좋은 상품은 매출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계약은 그 사업을 지켜준다.
소상공인에게 임대차계약서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다.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자신의 사업과 재산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경영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