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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 전원주택은 ‘사는 집’ 에서 ‘노는 집’ ‘숨는 집’ - 홀로 쉬고 놀 수 있는 ‘슈필라움’ ‘캐렌시아’를 찾는 사람들 - 체류형쉽터, 농막 등 ‘집 아닌 집’ 다양한 공간으로 진화 중
  • 기사등록 2025-03-17 16: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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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잘 살기 위해서였다. 도시를 떠나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살고 싶어 전원주택을 택했다. 이렇게 전원생활을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도시 정리하기’나 ‘도시 버리기’였다. 물론 지금도 도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도시에 살던 그대로 남겨놓고 가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전원주택의 놀이터화에 가속이 붙는 느낌이다. 시골 마을에 새로 짓는 집들 대부분 주말주택이거나 휴양주택이고 쉬는 집, 노는 집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 많아졌다. 앞으로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이라 여겨진다.


도시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남겨놓는 것


예전에 전원주택을 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잘 살기 위해서였다. 도시를 떠나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살고 싶어 전원주택을 택했다. 이렇게 전원생활을 시작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도시 정리하기’나 ‘도시 버리기’였다. 물론 지금도 도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도시에 살던 그대로 남겨놓고 가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시골살이를 하더라도 도시를 오가며 살겠다는 사람들이다. 이런 유형의 주거 구도를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이라 부르는데 도시와 농촌의 복수 주거 공간 구도다. 일주일에 5일은 도시에서 살고 2일은 시골에서 사는 것을 ‘5도 2촌’이라 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4도 3촌’으로 바뀐다고 한다. 아예 시골에 살며 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다.


1~2인 가구가 늘고 있다. 고령인구가 많은 농촌에서는 더욱 그렇다. 젊은 사람들은 다 도시로 나가고 혼자인 노인가구가 많다. 요즘 귀촌하는 인구들도 80% 이상이 1~2인 가구고 나 홀로 이주하는 사람도 60%를 넘는다. 시골서 사는 사람들 대부분 혼자이거나 많아야 둘이란 얘기다. 도시와 농촌을 왔다 갔다 하며 살겠다는 구도의 살림을 차리는 사람들이 늘다 보니 혼자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가족 중 한 사람만 주소지를 옮겨 적극적으로 살고 다른 가족들은 도시에 산다. 시골을 싫어하는 아내들은 도시에 남고 남편만 전원주택을 짓고 시골생활 하는 사람들이 실제 많다.


도시는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남겨놓고 시작하는 전원생활이 유행하면서 주말농장, 주말주택, 주말별장, 세컨드하우스 등이 유행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크고 좋은 집이 필요 없다. 그러다 보니 작은 전원주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극소화한 컴팩트하우스, 마이크로하우스, 이동식주택 등이 인기를 끈다. 캠핑카, 캐러번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경치 좋은 캠핑장들은 발 디딜 틈이 없다. 대부분 제대로 살겠다는 살림집이 아니라 놀고 쉬기 좋은 공간으로 최적화 돼 있다. 


아파트에서는 열심히 살고 전원주택에서는 편하게 쉬자!


그동안 살았던 도시 아파트는 열심히 산 것에 대한 보상이고 결과다. 편하게 살 목적보다 더 잘 살기 위해 아파트가 필요했다. 그곳에서 살며 열심히 노력해 출세도 했고, 그것을 이용해 돈도 벌고 재산을 늘렸다. 은퇴하거나 은퇴를 준비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한다. 앞으로는 편안하게 놀고 쉬고 싶어 한다.


그들의 후배들도 도시 아파트서 열심히 살고 있다. 선배들처럼 절박하게 아파트를 마련하고 한 채 더 챙기려, 그것으로 축재하겠다는 생각은 적지만 더 좋은 아파트 찾기는 마찬가지다. 선배들이 그랬듯 열심히 바삐 산다. 때때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도시를 떠나 경치 좋은 곳에서,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놀고 싶어 한다.


시골에서 찾는 전원주택은 열심히 사는 집이 아니라 '노는 집'이고 '쉬는 집'이다. 최근 작정하고 놀기 위해 전원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아파트에서는 열심히 살고 전원주택에서는 열심히 놀자!”란 생각으로 전원주택 만들기에 도전한다. 다른 변수들은 모두 빼고 잘 놀 수 있는 집, 편히 쉴 수 있는 집만 생각하고 전원주택을 만들고 주말주택, 휴양주택이 된다.


그래서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 전원주택의 소형화다. 도시를 몽땅 정리하고 내려와 사는 집이 아니기 때문에 클 이유가 없다. 공장서 제작해 설치하는 극소형 이동식 주택도 인기를 끈다. 실용적인 전원주택에 관심이 커지면서 살림집도 소형화가 대세다. 특별한 이유가 있거나 여유가 있다면 큰 전원주택을 짓겠지만, 은퇴 후 선택하는 귀촌자의 전원주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주말주택, 주말별장 등은 소형화가 대세다. 이처럼 전원주택이 세컨드하우스화, 주말화되고 또 소형화되는 경향이 강한데, 요즘은 한 단계 더 진화해 ‘나 홀로 노는 집’으로 가고 있다. 

 

‘나만의 공간’을 찾아 놀고 쉬고 또 숨는 사람들



‘Spielraum(슈필라움)’이란 말이 있다. 독일어 '놀이(Spiel)'와 '공간(Raum)'의 합성어로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롯이 혼자만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이른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박사가 강의나 책에서 소개해 많이 알려졌다. 

 

그는 “자기만의 슈필라움이 있어야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매력을 만들고 품격을 지키며 제한된 삶을 창조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단순한 쉼의 공간을 넘어 놀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며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하고 완성하는 곳이 슈필라움이다. 삶의 가치를 찾고 질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다.

 

매년 국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해 소개하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케렌시아(Querencia)’를 소개했다. 투우경기장에서 소들이 경기에 나가기 직전이나 경기를 치른 후 숨을 고르며 대기하는 공간이다. 남에게 방해받지 않는 ‘케렌시아’와 같은 피난처, 휴식공간을 찾는 현대인들이 많아질 것이란 분석이었는데 실제 그렇다.

 

주변을 둘러보면 바쁜 생활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케렌시아’ 같은 전원주택, 더 나아가 삶을 재창조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인 ‘슈필라움’으로 사용할 전원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목적의 공간이라면 꼭 집일 필요는 없다. 창고가 될 수도 있고 카페도 괜찮다. 텐트도 좋고 캠핑카나 농막도 좋다. 그렇게 ‘집 아닌 집’을 만들어 나만으로 공간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원생활을 목적으로 시골에 짓는 집이 집에서 벗어나고 있다. 집에서 창고 등 다양한 공간으로, ‘HOUSE’에서 ‘SPIELRAUM’이나 ‘QUERENCIA’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무한 진화 중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과 모여 사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비대면으로 살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코로나시대 마스크를 쓰고 살면서 알게 된 사람들도 많다. 위험한 상황이 되면 나 홀로 비대면으로 숨어 살 수도 있고 또 그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전원주택은 앞으로 ‘숨는 집’으로서의 기능을 하나 더 추가할 수도 있겠다. 꼭 집이 아닌 시골에 숨는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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